우리보다 저출산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여러 대책들이 마련돼 시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민간 아동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직접 보육하는 '병아보육원'이라는 시설이다. 입원이 필요하지는 않으나 전염력이 있는 아픈 아이들을 보육교사와 간호사가 돌보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고 회진을 돈다. 이 제도는 1966년부터 시행되어 왔는데 연 100만명가량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숙련된 의료진 및 보육교사를 구하기 힘들고 운영하는 공간 등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부모 가정 또는 맞벌이 부부들의 아이들이 아플 때 급하게 가정보육을 하기가 어렵거나 감염력이 높은 질환인 경우 가정이나 기관에서 보육하기 힘들 때 이 시설은 특히 그 역할이 빛나게 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저출산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기 편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아픈 아이들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것 이상의 돌봄이 필요하다. 질병으로부터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요구된다. 따라서 병아보육제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한국형 아픈 아이 돌봄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모성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는 부모의 경력이 단절되고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것을 당연시하면 안 된다.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원책이 아닌 육아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 준다는 인식의 보편화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지역 거점 아동병원들이 담당함으로써 아픈 아이를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을까?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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