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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K육아의 미래

입력 : 
2023-01-06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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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전문의 멸종 위기 시대
하루아침에 의사 만들 순 없어
제대로 된 육아 가이드라인
비대면으로 전달하면 어떨까
'메타버스 소아병원'은 어떤가
사진설명
올해는 계묘년으로,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토끼는 생김새도 귀엽지만, 부지런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 엄청나게 빠른 개체 수 증가가 호주에서 한때 골칫거리가 될 만큼 다복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장기적인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떠안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계묘년 새해에는 아기를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되어 초고령화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보다 밝고 활기차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지 않아 전국의 대학병원마다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한편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멸종 위기에 처한 현재의 상황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도 진료를 하고, 입원병동까지 운영하는 병원의 경영자로서의 내 입장으로 보면 아이로니컬한 일로 보일지 모르겠다. 심화되는 저출산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급감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어쩌면 암울한 미래 상황을 반전시킬 터닝포인트 역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해결을 위해 재정적인 뒷받침과 함께 보다 체계적이고 의료적인 접근을 통해 육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근본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원책이 마련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당장 아파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 의사들은 아픈 아이들의 치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갓 태어난 신생아 돌보는 법이나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방법과 같은 육아 관련 분야는 부모교육을 통하여 충분히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벌이 부부도 많아지고, 소아청소년과 대면진료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부모들은 육아정보를 맘카페나 유튜브, 블로그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넘쳐나는 육아정보 중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것은 오롯이 부모님들의 몫이 되었다. 4차 혁명시대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원격 및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새로운 형식의 진료가 지닌 효용과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뢰할 만한 소스에서 제공되는 육아정보라면 굳이 대면을 통해 접할 필요가 없다는 스마트함을 장착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아픈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오는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병원이 찾아가서 치료해주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곳은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이지만 집은 안정된 교육의 장소다. 이제는 가정에서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어떨 때 병원을 방문하면 좋은지, 또 개인별 맞춤으로 제안받은 솔루션에 따라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좋은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자라난, 모바일 이용률 95%에 달하는 우리의 젊은 보호자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접근이 될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을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준의 전문가로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무분별한 육아 정보들로부터 부모님과 아이들이 받게 될 피해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역할은 톡톡히 해내리라 생각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육아하는 부모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조력자다. 진료실에서는 아픈 아이들을 정성껏 진료하는 동시에, 부모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기획하고 개발하여 K육아 최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싶다. 머지않은 미래에 메타버스 어린이병원도 탄생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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