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부문 의료체계 붕괴 위기…‘아동 1차의료 심층상담’에 거는 기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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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수년간 지속됐음에도 핵심적인 대책 없이 흘러왔다. 이로 인해 급기야 2023년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사태를 맞았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지원율 하락이 뭐 그리 큰 문제인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상당히 심각하다.

전공의는 응급실을 포함한 대학병원 진료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각 병원에 전공의가 없다는 것은 곧 응급실 진료를 포함해 외래진료, 입원환자 관리 등등 병원 전체의 의료행위가 원활히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적으로 정규시간을 제외한 야간과 공휴일 같은 시간에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해도 진료가 이뤄질 수 없게 된다. 벌써 전국의 응급실에서 소아청소년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전공의는 앞으로 배출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미래 자원인데, 지원율 감소라는 것은 인구구조에서 신생아의 출생률이 급감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점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소아청소년 의료체계가 붕괴한다는 것을 말한다. 당장 진료에 투입할 의료진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해결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같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는 것일까?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인 부분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해 전문의가 돼도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지금처럼 진료를 해도 정당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저수가 체계와 출생률 감소로 인한 소아청소년 인구 감소 추세라는 두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수가체계의 획기적인 보완 등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둘째, 몇 년 전에 의사의 업무적인 과실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의료진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생겨 소아청소년과 선택에 대한 부담감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업무 과정에 의해 진행된 정상적인 의료행위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파생된 문제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셋째, 소아청소년은 의료행위를 할 때 의사소통이 잘 안되므로 성인 진료와 달리 추가적인 보조인력과 부가처치 등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 산정 등을 통한 보상이 없으니 이것을 자체 인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담당 의료인들의 업무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업무강도의 극강부서로 만들어 기피 과로 만드는 주원인이다. 필요한 인력과 장비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업무 과중을 줄여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시행한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은 아동에게 전문적인 교육·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전에 관련 교육을 이수한 전문의가 심층 교육·상담(성장 전반, 심리상담, 비만 관리, 만성질환 관리, 인지능력 제고 등)을 제공하거나 치료 방법 결정, 질병의 경과 모니터링 및 관리 방안 설명 등 전문적·종합적 교육·상담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는 사업으로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끼웠다고 생각하고,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여러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반영해 더욱 내실화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겠다.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와 건강을 책임질 수 있으려면,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내며, 이를 중단 없이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으로 녹여낼 때 건강한 인구구조가 받침이 되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소아청소년 전공의 부족 사태로 인한 소아청소년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 및 실현, 실시 예정인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의 성공과 확대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매우 중요하고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소아청소년 붕괴를 사전에 막으려면 내실 있고 효율성 있는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과 더불어 실천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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