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공과목 선택을 앞둔 대학병원 인턴들에게 선배 의사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받은 적이 있다.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까 고민했다. 사는 동안 누구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인생은 여러 굴곡이 있어 항상 좋은 일만 있지 않고 힘든 일도 생기기 마련인 것처럼 내가 선택한 전공과 역시 미래에는 인기 과가 될 수도 있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과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긴 일생 동안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떠한 선택의 기로에서 한 방향으로 길을 나아가게 될 때 다른 선택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나는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진료할 때마다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이들의 보호자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로 각자의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커서 사회의 한 일원이 될 것이고 훌륭한 아빠와 엄마, 멋진 시를 쓰는 시인,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업가, 미래의 뛰어난 연구자,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 등 다양한 곳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고 있게 될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웃는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아이는 아빠, 엄마, 가족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즐거움, 슬픔을 함께 느끼며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 간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보고 느끼며 자라나는 것이며 우리는 그 옆에서 약간의 도움을 줄 뿐이다.

이 아이가 사실 나중에 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할 것인지, 혹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아이들의 '기질'이라는 행동 경향을 두고 이것이 옳다, 나쁘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 아이들의 순수함을 믿는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이렇듯 각각 다른 성향과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아 최소한 도전해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부모님들이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의대 학장님과 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신경외과 의사인 그분은 의사로서의 역할이 "밝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하였는데 이 한마디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결국 의사는 한 개인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나아가 그 개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곧 밝은 사회를 이루어 낸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나 역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나가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