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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이라도 더 키우려면 병원 너머 돌봄기관이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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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5-23 10:13 조회2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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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올해 5월5일은 100번째 어린이날이었다. 필자는 이날 ‘더 이상 어린이날에 함께 뛰노는 어린이들을 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저출생 현상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저출생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8 년 출생률이 1명 아래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현재는 0.8명에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낮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가지 원인 분석과 해결 방법이 제시됐지만 아직도 여전히 백년하청(百年河淸)인 이유는 뭘까?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오늘 본 환자 수가 앞으로 볼 환자 수 중에서 가장 많은 수’라는 이야기가 오간다. 계속 진료를 볼 수 있는 아이들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을 담고 있는 말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세 살배기를 데리고 진료를 보러온 아이엄마가 있었다. 아이는 수족구병 진단을 받았다. 감염 가능성이 있으니 어린이집은 갈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처방을 했는데, 갑자기 아이엄마가 막 우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 주변에 아이돌봄을 부탁할 사람도 없고 직장도 나가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이런 경우 만약 병원에서 이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면 엄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보다 저출생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여러 대책이 마련돼 시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직접 보육하는 ‘병아보육원’ 시설이다. 입원이 필요하지는 않으나 전염력이 있는 아픈 아이들을 보육교사와 간호사가 돌보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회진을 한다. 이 제도는 1966년부터 시행되어 왔는데 연간 100만명가량이 이용하고 있고 전액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아이가 아플 때 급하게 가정보육을 하기 어렵거나 감염력이 높은 질환으로 가정이나 기관에서 보육하기 힘들 때 이 시설의 역할이 빛나게 된다. 일본 의료정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도쿄의 경우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일반적인 검사와 치료가 모두 무료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아청소년의 의료이용에 부담이 없도록 지원해주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출생률을 높이려면 아이들을 키우기 편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이번 오미크론 확산 사태 당시 아이들이 제때 치료받을 곳이 없어 모두 걱정하고 있을 때, 전문병원과 아동병원들이 지역마다 거점병원을 자처하고 나서 외래진료 및 입원이 필요한 중증의 아이들을 치료했다. 차츰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고 지역사회에서 이 거점병원들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가야 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아이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 빨리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단순히 병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아픈 아이 돌봄 기관’이 되도록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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