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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또 다른 우영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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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9-19 09:11 조회2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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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대 엄마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은 2세 아들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한 자폐 장애가 있는 변호사의 드라마로 자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았던 시기이기에 이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에 스크리닝 검사를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 개선안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부쩍 높아진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좋은 정책이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참여 의료기관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기존 영유아 건강검진은 낮은 수가가 책정되어 있는 데 반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여 참여하는 곳의 수가 많지 않다. 이에 더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자폐 스크리닝 검사까지 하기에는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적절한 수가 책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하는 병·의원이 적어 환자들의 지역사회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져 영유아 검진을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면 자폐 스크리닝 역시 받지 못하는 아이가 생기게 된다.

둘째, 스크리닝 검사 이후의 진료 연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스크리닝은 검사의 기준을 낮추어 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가급적 놓치지 않고 정밀평가를 받게 되어 있어 스크리닝 검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정밀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국의 소아정신과에서 예약 및 진료를 보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그동안 보호자들의 마음만 애타게 될 것이다.

셋째,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아이가 자폐로 진단을 받으면 보호자들은 쉬쉬하며 숨기고 조용히 치료할 곳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정보를 얻기 힘들고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협조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보호자가 좌절할 만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자녀가 없어도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어서'라고 답하고, 우리 사회를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라고 바라보는 이면에는 아이의 정서적 행복을 책임져주는 것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동기가 아닌, 또 다른 우영우를 꿈꿀 수 있는 첫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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